[칼럼] 금리 인상의 조짐...금리와 집값의 상관관계

신혜영 칼럼니스트 cclloud1@gmail. 승인 2021.06.02 15:43 | 최종 수정 2021.06.02 15:47 의견 0
[사진=김유진 기자]
[사진=김유진 기자]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금리 인상 조짐이 보이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여파가 갈 것으로 내다보인다. 일각에서는 집값 버블이 꺼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한 가운데,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크게 오르면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과 금리인상 가능성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1월 코로나 확산사태 이후 지속됐던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완화적 통화정책 운용 기조에 변화 가능성을 알리는 신호등이 여기저기서 켜지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부터 경제 회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당장 금리를 인상하지는 않겠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금리 인상에 대한 압박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의견이 많이 나온다. 미국에서도 테이퍼링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이 있었던 만큼 금통위에서도 긴축 정책을 점검할 때가 되었다는 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

통화정책 정상화는 내년 하반기쯤으로 예상되지만 경제가 정상 궤도에 오름에 따라 금리 인상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현재 기준금리 인상 여부의 핵심 기준은 코로나 안정 추세와 국내외 경기회복 상황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금리를 낮게 유지하고 있는 추세인데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경제가 정상 궤도에 진입할 조짐이 보이자 서서히 금리 인상에 대한 논의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금리와 집값은 인연이 깊은 관계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 둘은 주로 반비례 관계를 보인다. 통상적으로 금리가 0.5%~1% 오르면 집값은 1~2% 내리고 반대로 금리가 내리면 집값은 오른다. 대출금리가 상승하면 이자 상환의 부담이 늘어나 매물은 증가하고 투자 수요는 줄어든다. 대출금리가 하락하면 이자 부담이 줄어 매수자들이 부동산 매수에 나서고 집주인은 매물을 회수하면서 집값이 오른다.

이처럼 금리는 부동산 시장의 변동을 좌우하는 변수 역할을 한다. 지금처럼 장기적으로 금리가 제로 수준에다가 유동성이 최대인 시기에는 금리가 부동산 등 자산가치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과거에는 금리와 집값이 어떤 상관관계를 보였을까?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정책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렸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08년 8월에는 5.25%였는데 금융위기의 여파로 2009년 2월에는 2%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2010년 7월부터 기준금리는 계단식 오름세를 보이며 2011년 6월에는 3%를 넘겼다.

기준금리가 크게 떨어지면 너도나도 빚내서 집 사자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하락한 금리로 가계부채가 크게 증가한 가운데 2010년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대출에 대한 상환 부담이 커졌다. 대출 비중이 높았던 매수자들의 부담이 커지면서 2009년 말부터 매물을 조금씩 내놓았는데 대출과 집값 하락에 대한 불안감으로 주택 수요가 감소하면서 2010년부터 집값 하락이 이어졌다.

그러나 금리가 부동산 가격에 무조건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2005년 10월부터 2008년 8월까지 3년간 기준금리가 꾸준히 올랐는데 이 시기는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가장 크게 오르고 또 길게 올랐던 때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올랐으니 집값이 떨어졌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3년 동안 집값은 큰폭으로 뛰었다.

집값은 금리에만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금리만 보고 ‘집값이 폭락할 것이다. 폭등할 것이다’ 판단할 수 없다. 부동산 시장은 국내외 경제 상황, 정부의 부동산 정책, 공급 물량, 유동성 등 여러 변수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금리가 인상된다고 해도 현재 부동산 시장은 공급부족과 풍부한 유동성의 영향으로 집값이 바로 폭락할 거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보유세 부담과 부채 부담 등으로 집값 상승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발표한 공급 계획도 원활히 진행될 경우 집값 조정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금리가 집값에 영향을 주는 것은 맞지만 ‘금리인상으로 집값폭락’이라는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메시지에 휘둘리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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