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부동산 투기 몰수·추징 908억...아직 멀었다

신혜영 칼럼니스트 cclloud1@gma 승인 2021.06.04 11:23 | 최종 수정 2021.06.04 11:26 의견 0
[사진=김유진 기자]
[사진=김유진 기자]

지난 2일 김부겸 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투기 조사·수사 중간결과 브리핑’을 열었다. 경찰청, 대검찰청,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 정부 합동 부동산 투기 조사를 실시한 특별수사본부에서 총 646건, 약 2800명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해 20명을 구속하고 529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검찰은 별도의 수사를 통해 기획부동산 등에 연루된 14명을 구속했다”며 “국세청의 부동산 탈세 특별조사단은 총 454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밝혀진 세금탈루 94건에 대해서는 534억원의 세금을 추징할 예정이며 금융위와 금감원은 불법대출이 의심되는 4개 금융사에 대해 현장점검을 실시했고 현재까지 43건 67명을 수사의뢰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합동조사단의 수사에서 전직 차관금 기관장과 기초지자체장, 시군의원, 직원 등 여러 공직자가 내부정보를 이용해 토지를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조사 결과 내부정보 이용 등은 315건(1453명), 기획부동산 등 기타 부동산 범죄 관련은 331건(1443명)이다. 이들은 고위공무원 8명, 국회의원 13명, 국가공무원 86명, 징자치단체장 14명, 지방공무원 176명, 지방의원 55명, LH직원 77명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연루 인원만 2796명으로 집계돼 상당히 많은 공직자들이 부동산을 통해 부당하게 이득을 취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 총리는 이에 대해 공직자들의 불법 혐의에 대해 매우 부끄럽게 생각하고 국민들께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고 반성과 사죄의 메시지를 보냈으나 국민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아직 더 많을 것이다’, ‘조사가 더 필요하다’, ‘900억이 아니라 9000억이다’는 게 대다수의 입장이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부동산 투자를 통해 본인의 사익을 추구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으로 녹을 먹는 공직자들이 내부정보를 은밀히 이용해 본인들의 이득을 추구하는 것은 심각한 범죄다.

범죄임을 알면서도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너도나도 있는 대출 없는 대출 싹 긁어모아 개발될 땅을 나눠먹기 한 것은 ‘그래도 된다’는 암묵적 분위기가 내부에 형성돼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도덕적·법적 일탈에 제동을 거는 사람과 시스템이 부재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현상이다.

미친 듯이 치솟는 집값을 보면서 공직자라는 자신의 지위에 머물러 있다가는 경제적으로 낙오자가 될 거라는 불안감도 어느 정도 있었을 것이다. 노동소득이 점점 힘을 잃어가는 현대 사회에서 부동산으로 벼락부자가 될 수 있다면 많은 이들이 직장에서 잘리는 것 정도의 위험은 감수하지 않을까. 명예가 실추돼도 돈만 있다면 사회적 지위가 보장되는 시대적 분위기도 한몫한다.

그러므로 애초에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를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가 있었어야 했다. 일확천금의 기회를 던진 채 이를 직원 개개인의 양심에 맡기고는 여기저기 개발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상당히 무책임하다. 사실상 정부의 역할이 마비된 것으로 봐야 한다.

김 총리는 수사 결과 나타난 불법 사례들에 대해 일벌백계할 것이며 검경간 유기적인 협력으로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들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신속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수사가 무의미한 꼬리자르기에서 그치지 않고 공직자의 일탈을 방지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철저히 마련하는 기회로 작용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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