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고점 경고에도 속수무책...끝을 모르는 집값

신혜영 칼럼니스트 승인 2021.08.14 14:12 의견 0
[사진=김유진 기자]

도심을 중심으로 도미노처럼 차례차례 번져가는 집값을 잡기에는 그 어떤 대책도 속수무책인 듯하다. 단순한 경고나 언제 이뤄질지 모를 공급확대는 이미 쓰러져가는 도미노를 멈추기에는 그 영향력이 미미하다.

1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둘째 주 전국 아파트값이 0.3% 올라 전주(0.28%)보다 0.2% 상승했다. 이번 주 상승률은 부동산원이 주간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지난달 0.36%, 지난주 0.37%에 이어 이번주 0.39%로 4주 연속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경기도마저 0.49%가 올라 최고치를 경신했다. 서울은 2주 연속 0.2% 올라 1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전국 176개 시·군·구 중 전주 대비 이번 주 아파트값이 내린 지역은 단 한 곳에 불과하다.

정부는 지난 6월부터 집값 고점 경고를 보냈다. 지난달 28일에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직접 나서서 현재 집값이 고점 수준이라며 추격매수에 신중할 것을 요청했다.

거기다가 사전청약, 공급대책 등을 발표하며 지금이 고점이고 앞으로 더 좋은 기회가 있을 테니 사지 말고 기다리라고 신호를 보냈으나 시장에선 통하지 않는 모양새다.

이번 주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주보다 0.2포인트 상승한 108.0이다.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것인데 수치가 상승할수록 매수심리가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파트 매수심리는 서울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강북 지역에서 더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원·도봉·강북구 등 비교적 저렴한 아파트가 많은 동북권에서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110.1에서 113.2로 나타났다.

정부의 잇따른 경고와 정책 발표를 비웃기라도 하듯 도심권을 비롯해 서북권, 동남권, 서남권 등 다른 지역에서도 모두 기준권을 상회하며 3개월 넘게 아파트를 사고자 하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도심권은 현재 원룸 전세마저도 어지간한 월급으로는 몇 년을 모아도 입주가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여기에 대출길도 막히니 외곽으로 자꾸만 밀려날 수밖에 없다. 결국 외곽 아파트값도 키 맞추기를 하며 상승하는 것은 이미 예견된 현상이다.

집값 상승이 지금처럼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중저가 아파트라도 사지 않으면 앞으로 영영 집을 못 살 거라는 위기감에 교통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는 외곽 단지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

정부가 수도권에 광역급행철도(GTX), 신분당선 등을 계획하면서 생긴 호재도 수도권 외곽 저가 단지의 수요를 높인 원인으로 꼽힌다.

한편 임대차보호법 시행 1년을 넘긴 지금 전세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주와 비교해 전세가 상승폭은 소폭 줄었으나 전국 0.2%, 수도권 0.26%, 서울 0.16%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는 전세가격이 한 달 새 2억원이 뛴 곳도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는 전용면적 84m²의 전셋값이 최근 19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만 해도 7억원대였던 노량진 ‘상도파크자이’는 전용면적 84m² 전셋값이 최근 10억원으로 올랐다.

아파트가 집값을 끌어올리니 연립주택, 단독주택을 포함한 주택종합의 전세가격 변동률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아파트에서 밀려난 서민들은 다른 형태의 주택마저도 그림의 떡이 될까봐 불안에 떨고 있다.

올해만 벌써 억 단위로 집값이 올랐지만, 20대나 신혼부부 등 젊은층들은 집값이 더 오를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부모 도움과 대출의 힘을 빌려 영끌 매수를 시도하고 있다.

게다가 경기도의 집값도 꾸준히 오르고 있어 차라리 서울에 집을 사자는 심리가 작용하여 외곽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강남 집값이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치솟아 비강남권 아파트가 저렴하다고 느껴지는 착시현상도 한몫한다.

다만 집값이 단기 급등하여 그에 따른 피로감이 당분간 있을 것이고 금리 인상 움직임이 있어 하반기 집값 상승률은 상반기보다는 낮을 것으로 예측된다.

옛날에는 무일푼으로 상경해 단칸방에서 점점 넓은 집으로 이사가는 그런 자수성가 스토리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넓은 집으로의 이사는 고사하고 서울 진입마저도 쉽지 않게 돼버려 젊은이들의 패기 넘치는 꿈이 일찍부터 좌절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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