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 다주택자 '수난시대'
[칼럼] 대한민국 다주택자 '수난시대'
  • 신혜영 칼럼니스트 cclloud1@gmail.com
  • 승인 2020.07.10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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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한민국에서 다주택자란 어떤 의미일까? 다주택자는 한 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사람을 뜻한다. 한 채는 실거주 하고, 다른 주택들은 세를 놓는 형태로 임대 수익을 얻고 집값이 상승할 경우 시세차익도 얻을 수 있어 주택임대는 상가임대와 함께 재테크 수단으로 오랫동안 각광받아 왔다. 젊을 때 열심히 돈 벌고 돈 굴려 두둑하게 목돈을 만들고 중년에 집과 상가를 매입해 노년에 임대수익을 얻으며 돈 걱정 없이 사는 인생을 많은 이들이 꿈꾼다. 오죽하면 ‘초등학생에게 장래희망을 물었더니 건물주라 하더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니 말이다.

그런데 다주택자가 현 정부 들어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듯하다. 정부는 집값 상승 요인에 대해 다주택자를 그 원인으로 꼽으며, 공급은 충분한데 집을 두 채 이상 보유하고 있는 다주택자들 때문에 공급이 부족해 보이는 것이라는 해석까지 내놓았다.

자식 대학 보내고 노후 대비로 지방의 아파트 한 채를 매입한 옆집 철수엄마, 경제적 자유를 꿈꾸며 대출을 끼고 수도권 아파트 두 채를 매입한 김대리, 자식들에게 집 한 채씩 물려주고 싶어 가격이 조금이라도 쌀 때 미리 아파트를 매입해놓은 박차장 등 우리 주변에는 저마다의 사정으로 다주택자가 된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다주택자들은 우리 이웃에만 있는 게 아니다. 청와대에도 있다.

경실련이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현직 청와대 고위 공직자 65명 중 주택을 두 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가 18명으로 나타나 조사 대상 중 28%가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65명 중 수도권에만 두 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공직자는 8명이고, 수도권과 지방을 포함해 두 채 이상 보유한 공직자는 10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보유한 주택 수는 총 40채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의 부동산 자산은 최근 3년 간 40% 상승했다. 2017년 1월 청와대 참모진 65명이 보유한 아파트와 오피스텔 시세 평균은 1인당 8억 2,000만원이었으나 지난달에는 11억 4,000만원으로 증가한 것이다. 자산이 크게 증가한 상위 10명은 집값이 10억 원 가까이 올라 64%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모든 국민이 강남에서 살 이유가 없다”고 말한 장하성 전 정책실장의 서울 송파구 아파트는 현재 28억 5,000만원으로 3년 동안 10억 7,000만원이 올랐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설계자인 김수현 전 정책실장의 경기 과천시 아파트도 3년 간 9억 원에서 19억 4,000만원으로 2배 넘게 올랐다.

지난해 말 노영민 비서실장은 두 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청와대 공직자들에게 한 채만 남겨놓고 모두 처분하기를 권고했으나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듯하다. 노영민 비서실장 또한 얼마 전 급하게 한 채의 아파트를 처분했지만 끝내 강남의 아파트는 처분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씁쓸한 웃음을 자아냈다.

청와대 공직자들이 서울 아파트를 팔지 않은 것을 보면 누구나 ‘집값이 떨어지지 않겠구나’, ‘집값이 더 오르겠구나’ 하는 간단한 추론을 할 수 있다. 좋아 보이는 것, 돈 되는 것은 누구나 하고 싶어 한다. 법이 허용하는 테두리 내에서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버는 것은 죄가 아니다. 따라서 다주택자 청와대 참모진들은 죄가 없다. 그러므로 정부는 ‘다주택자 때리지 않기’, ‘다주택자 청와대 관계자들을 1주택자 혹은 무주택자로 만들기’ 둘 중 하나를 골라 한 우물만 판다면 논리적 일관성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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