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문 정부 '아니면 말고 식' 그린벨트 논란, 주민 갈등만 남았다
[칼럼] 문 정부 '아니면 말고 식' 그린벨트 논란, 주민 갈등만 남았다
  • 신혜영 칼럼니스트 cclloud1@gmail.com
  • 승인 2020.07.24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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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문재인 정부는 대규모 주택 공급을 위해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의 그린벨트 해제를 발표했다. 그린벨트 부지를 개발해 최대 45만호를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3기 신도시 등 공공주택을 포함하면 77만호까지 늘어날 수 있다.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린벨트는 삭막한 빌딩숲에서의 마지막 보루로서 한번 훼손되면 복원이 매우 힘들다고 우려했다.

경실련 또한 그린벨트 해제는 투기꾼과 건설업자에게만 막대한 이익이 돌아가는 정책이라며 정부와 여당이 검토 중인 그린벨트 해제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현 정부는 환경 문제를 이유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을 신랄하게 비판했던 터라 환경을 파괴하는 그린벨트 해제 정책이 모순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린벨트 해제 반대 국민청원을 하는 등 많은 국민들도 한결같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러한 여론의 움직임을 읽은 것일까. 문재인 대통령은 돌연 20일 ‘그린벨트 해제 안 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불과 며칠 만에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서는 여권 대권 주자들을 중심으로 신중론과 반대론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일각에서는 일단 그린벨트 해제 정책을 던져보고 여론이 악화되자 슬그머니 내빼는, 이른바 ‘간보기 스킬’을 구사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그린벨트는 미래세대를 위해 해제하지 않고 계속 보존하는 대신 주택용지 마련을 위해 국공립시설 부지를 최대한 발굴·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국가 소유 태릉골프장 부지를 활용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관계부처와 지자체가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릉골프장 개발 소식’은 부동산 시장에서 호재로 작용했다. 태릉골프장은 서울 노원구 화랑로에 위치한 국가 소유지로서 개발 소식이 들려오자마자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게 된 것이다. 주변 아파트 중에는 매매 호가가 2억 원 가까이 상승한 곳도 있다.

태릉골프장 부지는 83만m²(25만평)에 달한다. 바로 옆 육군사관학교 부지까지 합치면 약 150만m²로 늘어나 이 부지에만 총 2만 가구 정도의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을 것이라 전망된다. 태릉골프장 인근에는 6호선이 지나고, GTX-B 노선 개통도 예정되어 있다. 국가 소유의 땅이라 개발 기간도 짧아 3기 신도시보다 더욱 빠른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노원 일대 주민들은 ‘태릉골프장 개발은 악재’라고 주장하며 태릉골프장 개발 반대 국민청원까지 올렸다. 그들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태릉골프장 대부분은 보존 가치가 높은 땅이므로 녹지 확보, 환경 보존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노원구 등 주변 지역을 발전시키는 것은 새 아파트 건설이 아니라 교육환경 발전과 녹지 보존이다. 또한 태릉골프장 개발로 노원구의 상습적인 교통 체증이 악화될 수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 노원구 주민들이 태릉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이유가 이 지역에 대규모의 임대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다는 소문이 있어 노원구가 서민 동네로 전락할 것에 대해 우려 때문이라고 전했다.

확실한 공급 대책 없이 찔러보기식 정책 제안으로 애꿎은 주민들 간의 갈등만 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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