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지금의 전세매물 감소는 자연스러운 현상인가
[칼럼] 지금의 전세매물 감소는 자연스러운 현상인가
  • 신혜영 칼럼니스트 cclloud1@gmail.com
  • 승인 2020.09.18 15: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김유진 기자]
[사진=김유진 기자]

지난달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은 나쁜 현상이 아니다”, “전세가 우리나라에서 운영되는 독특한 제도이기는 하지만 전세제도는 소득수준이 증가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소멸되는 운명을 지닌 제도다” 등 전세제도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담은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며 이는 매우 정상이라는 것이다. 은행 대출을 받아 전세를 사는 사람도 은행에 매월 이자를 내고 있으니 국민 대부분이 월세를 사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취지의 의견도 냈다.

윤 의원은 게다가 “전세제도가 소멸되는 것을 아쉬워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분들의 의식수준이 과거 개발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하면서 전세제도의 존속을 희망하는 국민들을 ‘의식수준 낮은 사람’으로 지칭해 많은 원성을 샀다.

윤 의원의 글을 본 많은 사람들은 “은행이자가 월세보다 훨씬 싸다”고 주장하며 전세제도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서민의 입장에서는 은행에 이자를 내든 집주인에게 월세를 내든 매달 돈이 나가는 것은 같으니 그 돈이 누구에게 가든 돈을 덜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실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전세제도에 대해 말해주면 깜짝 놀란다. “계약이 끝나면 돈을 다시 되돌려준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렇다면 외국에는 없는 전세제도, 한국에는 왜 있을까? 그리고 언제부터 생겨났을까?

전세의 역사는 조선시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일정 금액을 맡기고 집을 빌린 뒤, 집을 돌려줄 때 맡긴 돈을 돌려받았다는 기록이 있다. 이때 집주인에게 맡기는 돈은 집이 기와집인지 초가집인지에 따라 달랐으며, 집값의 50~80% 정도였다. 이 무렵 시작된 전세제도는 현재까지 최소 100년 동안 유지되고 있다.

조선 말기에 시행됐던 전세제도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까닭은 집주인과 세입자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집주인은 부족한 주택구입자금을 전세자금으로 충당하고, 세입자는 매달 이자를 부담하기보다는 주택 가격의 절반 정도로 주택을 임차하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이다.

집값이 꾸준히 상승하는 것도 전세제도를 견인하는 원동력이다. 집값이 상승하면 주택매입에 필요한 자금을 전세자금을 통해 무이자로 빌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집값 상승에 따른 자본이득을 얻을 수 있다.

전세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주택임대차 유형으로, 무주택자들이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거주지를 확보하고 목돈을 저축해 내집마련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오랜 기간 서민들의 버팀목이 되어왔다. 월세에서 전세, 전세에서 내집으로 옮겨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 됐다.

현재 서울 아파트 전세값은 5년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전세 매물 부족으로 성수기 비수기 구분 없이 꾸준히 상승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있다. 현재 전세 매물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는 것이 소득수준이 그만큼 단기간에 급격히 상승했기 때문일까? 윤 의원은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의 원인으로 소득수준 증가를 꼽으며 전세 매물 감소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지적했으나, 애초에 현재 두드러지는 전세 매물 감소는 소득수준 증가가 아닌 연이은 부동산 대책 실패로 말미암아 나타난 현상이기에 윤 의원은 국민들을 상대로 동문서답 한 것이 된다.

전세는 오랫동안 대한민국 서민들이 혜택을 보았던 제도이며, 또 필요로 해왔던 제도다. 소득수준이 증가하여 전세가 월세로 자연스럽게 전환된다면 이러한 변화에 토를 달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소득이 많아진다면 매달 나가는 월세도 큰 부담이 되지 않을 테니까. 그러나 소득수준은 그대로인데 잘못된 정책으로 전세가 월세로 급격히 전환된다면 당연히 분노할 수밖에 없다.

거의 100년 동안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돕던 전세제도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면 어떠한 결과가 초래될까? 전세제도가 소멸한 뒤 서민들은 어떤 방법으로 내집마련을 실현시킬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뾰족한 답도 함께 들려주었으면 하는 심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