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토지거래허가제의 그늘...거주이전의 자유는 어디로
[칼럼] 토지거래허가제의 그늘...거주이전의 자유는 어디로
  • 신혜영 칼럼니스트 cclloud1@gmail.com
  • 승인 2020.10.28 0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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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 아파트 전경. [사진=김유진 기자]
은마 아파트 전경. [사진=김유진 기자]

강남구청에서 실수요자 거래를 허가하지 않은 사례가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해당 민원인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아이파크 30평대에 거주 중인 4인 가족으로 30평대에서 같은 단지의 40평대로 이사를 하기 위해 구청에 전화를 걸어 허가를 요청했다.

그러나 구청담당자는 “4명이면 30평대도 충분하다”며 거래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더 황당한 것은 민원인에게 “20평대에 4명이 거주하는 가정도 많다”면서 핀잔까지 준 것이다.

해당 사례를 접한 시민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수요자의 매매가 활발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것으로도 모자라 실수요자의 매매 또한 가로막고 있어 토지거래허가구역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토지의 투기거래가 성행하거나 성행할 우려가 있는 지역의 땅 투기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정되는 구역으로 1979년에 처음 도입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설정되면 토지 용도별로 일정 규모 이상의 거래는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거래를 할 수 있다. 대가가 없는 상속 및 증여, 허가대상 면적 미만의 토지, 경매에 의한 취득 등은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아도 거래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투기 목적이 아닌 실거주 목적의 거래라도 해당 청의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된 6월 23일부터 7월까지 한 달간 삼성동, 대치동, 청담동, 잠실동 일대의 주택 거래량이 급감한 것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거래 급감이 가격 안정과 이어지지 않아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된 지 4개월이 지난 현 시점에서 거주이전의 자유를 박탈하는 듯한 믿기 힘든 사례가 공개되면서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을 넘어 부동산 시장이 헌법에 반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참고로 현행 헌법에는 “모든 국민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문화되어있으며, 거주이전의 자유는 법으로 보장되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이 외에도 같은 동네에서 다른 아파트로 이사하기 위해 허가를 요청했으나 허가받지 못한 경우, 무주택자로 오지 않는 이상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담당자의 말에 이사를 포기한 경우 등 다소 의아한 제도 운영에 부동산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제 수정 및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더 나은 주거환경을 찾아 나서는 한 개인의 자유가 박탈되는 위와 같은 사례가 또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모두에게 자유가 보장되는 바탕에서 투기 세력을 다루는 것이 더욱 이치에 맞는 것이 아닐까. 투기 세력 잡자고 초가삼간 다 태울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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