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호텔 임대주택
[칼럼]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호텔 임대주택
  • 신혜영 칼럼니스트 cclloud1@gmail.com
  • 승인 2020.11.28 01: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김유진 기자]

진선미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은 지난 20일 서울 강동구 임대주택을 둘러본 뒤 “우리는 임대주택에 왜곡된 편견을 갖고 있다”며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면 임대주택으로도 주거의 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발언해 논란을 샀다.

한 마디로 국민에게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려라”고 직설적으로 말한 것이다. 이 발언을 한 진선미 의원은 서울 강동구의 한 신축 아파트에 살고 있다. 아파트를 보유하고 거주하는 것이 ‘환상’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좋은 것’임을 본인이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7일에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향후 부동산 대책에 호텔방을 주거용으로 바꿔서 전·월세로 내놓는 방안이 포함돼있다”고 밝혀 국민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낙연 대표의 이러한 발언으로 많은 국민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갈 데까지 갔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0차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가 향후 2년간 전국에 11만4000호 규모의 임대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기에는 다세대 주택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다. 국토부는 빈 상가와 관광호텔 등 숙박시설을 주거시설로 개조해 2022년까지 전국 1만3000가구의 공공임대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호텔 객실을 개조해 전월세 매물로 내놓는 방안에 대해 “황당 그 자체”라며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초등학교 학급회의에서 나올 법한 대책”이라며 “임대차3법 폐기와 시장친화정책 마련 등 근본적인 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라 강조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전세 난민에서 월세 난민으로 밀려난 국민에게 호텔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정부는 국민을 ‘일세 난민’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 같다”며 “이제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산다’가 아니라 ‘하루 벌어 하루 누워 잔다’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코로나19 확산으로 관광업계가 타격을 입어 많은 호텔들이 폐업위기에 처해 있다. 정부는 호텔을 인수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것이 호텔도 살리고 부동산 문제도 해결하는, 그야말로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두는 기발한 대책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호텔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문제에 대해 좀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김현미 장관은 “호텔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이미 서울시에서 하고 있는 사업”이라며 “호텔을 개조한 전월세 반응이 굉장히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에서 이와 비슷한 사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 청년들이 역세권에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호텔 개조 청년주택’을 공급한 것이다. 그러나 입주권을 따낸 사람의 90%가 입주를 포기했다.

주거용으로 지어진 건물이 아니기에 취사와 청소가 불편하고 가구도 이질감이 든다. 게다가 평수가 작고 관리비가 비싸 가격 측면에서도 아무런 메리트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단점 때문에 청년주택을 외면한 청년들 대신 有주택자가 자가를 전월세로 내놓고 이곳에 들어가 거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게 됐다.

호텔이 아무리 좋다 한들 호텔은 거주를 위한 공간이 아니다. 잠깐 쉬었다가 떠나는 곳이기에 효율적인 객실 운영을 지향한 설계를 바탕으로 이용객의 단기간 숙박에 최적화된 형태로 지어지는 것이 바로 호텔이다. 호텔을 지을 때 그 누구도 이 공간이 주택으로 쓰일 것이라는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호텔 거주가 국민의 삶의 질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아직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상식을 벗어난 대책인 것만은 확실하다.

본인들은 개천을 떠나 서울의 번듯한 신축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국민에게는 예쁘고 따뜻한 개천, 즉 어설프게 개조한 호텔에서 살도록 정책을 펼치는 것을 보면 탄식이 절로 나온다. 개천을 떠날 자유, 더 나은 세상으로 향할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으며 그것을 보장하는 것이 진정한 국가의 역할이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