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LH 신도시 투기…덮어주기 수사는 절대 없어야
[칼럼] LH 신도시 투기…덮어주기 수사는 절대 없어야
  • 신혜영
  • 승인 2021.03.14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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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14명이 신도시에 100억원대 토지를 매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이에 검찰은 대검 형사부를 중심으로 LH 투기 의혹에 대한 수사지원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이번 사건의 전말은 대략 이렇다. 현직·전직 LH 직원 14명이 지난달 신규 공공주택지로 발표된 경기도 광명, 시흥 신도시의 토지 2만3천여 제곱미터를 사들였다. 이 지역이 신도시로 지정될 것을 미리 알고 대출을 받아 투기를 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신도시 개발이 이루어지면 직원들은 이 토지에 대한 막대한 보상금을 챙기게 된다.

서민들은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바람에 내집마련 타이밍을 놓치고, 대출길은 막힌데다 세금폭탄까지 정면으로 맞아야 할 판국에 세금을 녹으로 먹는 공공기관 직원이 70% 대출을 받아 땅을 사고는 어마어마한 보상금을 챙기게 됐으니 그동안 부동산 문제로 시름하던 국민들의 분노가 실로 엄청나다.

국민을 더욱 분노케 한 것은 LH 직원들이 토지 보상금액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매입한 토지에다가 왕버드나무 묘목을 빼곡하게 심는 꼼수를 벌인 것이다. 현장에는 1제곱미터의 땅에 25주가량의 나무가 심어져 있는데, 원래 왕버드나무를 제대로 키우려면 3.3제곱미터의 땅에 한 주만 심어야 한다. 그래서 조경전문가, 부동산전문가들은 이 빼곡히 심긴 왕버드나무의 기막힌 광경을 보고 ‘타짜의 솜씨’라며 혀를 내둘렀다.

원래 토지는 용도에 따라 대지, 농지, 임야 등으로 나뉜다. LH 직원들이 소유한 땅은 그중에서도 농지다. 농지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에 농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직원들은 농업계획서에 직업, 보유 장비 등을 허위로 작성했다. 게다가 벼를 심겠다고 작성해놓고 실제로는 보상금이 많고 관리가 쉬운 왕버드나무를 심었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재빠른 선긋기에 나섰다. 11일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고위 공직자와 가족들의 토지 거래 내역을 전수 조사한 것이다. 그 결과 부동산 투기로 의심될 만한 거래는 아예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으나 그동안 속은 게 많은 국민들의 반응은 영 떨떠름하다.

이날 오후에는 LH 임직원을 대상으로 땅투기 의혹에 대해 1차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앞서 밝혀진 14명을 포함해 총 20명의 투기 의심자가 확인됐다. 토지거래는 광명시흥 지구에 집중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불법 투기행위가 드러난 공직자는 곧바로 퇴출할 것이며 국회와 협의해 불법 이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신속한 제도보완과 입법조치를 단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같은날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은 11일 LH 직원들의 투기의심 토지거래가 수십여 건 추가로 파악됐다고 주장했다. 곽 의원은 2018년 초부터 지난달까지 광명, 시흥시 7개 동에서 1천제곱미터 이상의 농지 실거래 기록을 전수조사한 결과 LH 직원과 같은 이름을 가진 토지 보유자 74명의 토지거래 64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투기 의혹이 가장 먼저 제기된 직원 14명을 제외한 결과다. 단순 동명이인일 수도 있지만 LH 직원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보다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온 나라가 떠들썩한 가운데 일부 LH 직원들은 “직원이라고 투기하지 말란 법 있나”라며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LH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결여된 듯한 분위기를 보여 국민들이 더욱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국민에게 집 사지 말고 기다려라’, ‘투기하지 마라’, ‘공공이 알아서 하겠다’고 그렇게 신신당부를 했으니 이번 LH 신도시 투기사태는 대국민 사기극과 다름없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기에 관련자를 제대로 조사하고 객관적으로 투기가 맞다고 판단되면 엄중한 처벌을 내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심각한 사태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철저한 수사라는 칼을 뽑아들고 뒤로는 직원들이 도망갈 길을 터주는 덮어주기 수사는 절대로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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