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수도권 저가 지역 집값 상승...원인 3가지는

신혜영 칼럼니스트 승인 2021.10.11 15:41 | 최종 수정 2021.10.11 15:54 의견 0
[사진=김유진 기자]


수도권 저가 지역의 집값이 무서운 속도로 상승 중이다. 올해 3~8월 동안 전국에서 아파트 매매가 주간 상승률 1위를 기록한 지역을 살펴보면, 수도권에서 집값이 가장 저렴한 지역(경기도 9곳, 인천 5곳)이 1위를 차지했고, 중저가 지역이 2위를 기록했다.

집값이 가장 저렴한 저가 지역은 경기도에는 안성, 동두천, 이천, 평택, 양주, 용인 처인구, 파주, 오산, 광주가 있고, 인천에는 중구, 동구, 계양구, 미추홀구, 서구가 있다. 실수요자의 수요가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와 인천까지 뻗어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최근 3개월 들어 더 심해지고 있는데, 6~8월 13주 동안 11주나 저가 지역이 주간 상승률 1위를 차지해 수도권 저가 지역의 집값이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이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으며, 일단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자면 세 가지 정도로 좁혀볼 수 있다.

먼저,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가 원인으로 꼽힌다. 규제 지역에 두 채 이상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에 한 채를 더 매입하려면 12.4~13.4%의 취득세를 내야 한다. 취득세가 부담되는 다주택자들은 저가 지역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공시가 1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 세율이 1.1~1.3%라서 경제적 부담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두 번째로, 젊은 층의 내집마련 열풍이 있다. 원래 주택의 주요 매수자는 40~50대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20~30대에는 사회생활도 하고 투자도 하면서 종잣돈을 불리다가 40대가 되면 집을 구매하곤 했다. 그러나 최근 집값 상승 추세가 가팔라지면서 평생 집 없는 신세가 될까봐 조급해진 젊은 층이 주택 매입에 나서게 된 것이다.

그런데 보통 20~30대는 40~50대에 비해 자산이 적다. 주택 매수 여력이 떨어지기에 수요가 몰리는 고가 지역이나 중고가 지역에는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꿩 대신 닭이라고 저가 지역이나 중저가 지역의 집을 살 수밖에 없다. 이것 또한 저가 지역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마지막으로, 서울의 집값과 전세값이 너무 많이 올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기도와 인천 쪽으로 실수요자가 밀려갔다는 추측도 있다.

그러나 좀 더 상세히 들여다보면 이는 진실보다는 가설에 가깝다. 올해 3월부터 5개월 동안 20~30대가 구매한 비율을 살펴보면 14개 저가 지역에 집을 산 비율은 29.7%에 불과해 서울 41.6%와 전국 평균 30.5%보다 낮다.

그리고 서울 집값을 감당하지 못한 실수요자들이 경기도나 인천으로 밀려났다면 서울로 통근이 편한 지역의 집값이 더 많이 올라야 하는데 실제로는 출퇴근이 불편한 지역(동두천, 평택, 안성, 오산 등)의 집값이 더 많이 올랐다.

결국 저가 지역의 집값 상승 원인은 취득세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집값이 비교적 저렴한 만큼 세금이 적게 들어가고, 현재 집값이 오르고 있으니 앞으로도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수요자들을 저가 지역으로 끌어모으고 있다.

그러나 3기 신도시 사전 청약이라는 변수가 다가오고 있어 이 지역의 매수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과천부터 양주까지 수도권 지역에 37만 가구가 공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3기 신도시가 공급되면 3기 신도시보다 입지가 좋지 않은 지역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수 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부동산 시장 상황에 국민 모두가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 부동산은 ‘안정’이라는 단어와 가장 거리가 먼 단어가 됐다. 집값 안정을 외치며 출범한 현 정부였기에 이 모든 상황이 더 아이러니하게 다가온다.

누군가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이미 예상한 결과라며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누가 될진 몰라도 혼란에 빠진 현재 상황을 다시 정상화하려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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