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가상화폐에 이은 가상부동산...자산 가치와 위험성은?

신혜영 칼럼니스트 승인 2022.05.17 14:36 의견 0
[사진=감유진 기자]


지난해 문을 연 국내의 한 메타버스 플랫폼은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해 관심을 끌었다. 특히 관공서, 기업들과 협업하고 코인 거래소에도 상장될 예정이라고 알려지면서 가격이 3만 배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관공서, 기업들과의 협업은 사실이 아니었고 코인 상장 여부도 불투명해진 것이다. 피해를 본 투자자만 수십 명에 달한다. 몇천만원, 몇억원을 투자한 사람도 있어 금융당국에 도움을 호소했으나, 메타버스 플랫폼은 금융회사가 아니어서 관리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4차 산업혁명과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서비스가 선호되면서 산업 전반에 메타버스가 급부상했다. 메타버스는 가공, 추상을 뜻하는 그리스어 ‘메타’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를 합친 말로, 현실과 결합된 가상공간이다.

메타버스 안에서 사람을 만나거나 수업을 듣고 물건을 사는 등 일상에서 할 법한 일들을 꽤 현실감 있게 수행할 수 있다. 요즘은 메타버스를 활용하여 가상 공간에서 출퇴근을 하는 기업도 늘고 있는 추세다.

메타버스는 현실과 분리된 가상공간이 아닌, 현실과 결합된 가상공간이다보니 현실을 그대로 옮겨놓고 마치 현실처럼 작동한다는 특징이 있다. 심지어 메타버스 내에서 부동산 거래까지 이루어지니 메타버스의 확장이 일반 사람들의 예측을 빠르게 앞질러 가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산업이 등장할 때마다 사람들은 획기적인 투자처를 찾느라 여념이 없다. 메타버스도 예외는 아니다. 곧 가상이 현실을 완전히 대체하거나 압도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메타버스 속 가상 부동산이 각광받고 있다.

가상 부동산은 가상현실에서 부동산을 사고 파는 것으로 부동산의 매매는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에서 이루어진다. 최근 가상 부동산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가상현실과 친숙한 MZ 세대를 필두로 많은 투자금이 가상 부동산으로 몰렸다.

메타버스 속 부동산을 초기 선점하려는 움직임은 작년부터 크게 늘었다. 몇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가상 부동산은 가상공간에 가상의 토지를 만들어 판매하는 형태와 현실의 부동산을 그대로 옮겨 아파트나 건물을 가상에서 사고팔 수 있는 형태가 있다.

현실 세계 부동산을 가상 세계에 옮기는 방식은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능토큰)를 활용한다. 실제 부동산을 메타버스에서 구현하고 소유권을 분배해 실물 부동산을 디지털로 보유하는 방식이다.

현재 가상 부동산 거래 플랫폼인 어스2(Earth 2)의 한국 이용자 자산 총액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고,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 플랫폼에서도 한국 이용자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도 가상 부동산 플랫폼이 10개 넘게 있고 실제 아파트 청약처럼 청약 시스템을 도입한 플랫폼도 있다. 가상 부동산 청약 경쟁률이 600:1을 기록하며 실제 부동산 못지않은 경쟁이 벌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가상 부동산도 자산으로 인정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 사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가 자산으로 인정되기까지 수년간의 진통이 있었다. 가상 부동산도 빠르게 성장하고는 있지만, 아직 가상화폐 시장보다 규모가 훨씬 작다. 또한, 가상화폐는 코인 거래소에서 대량으로 거래되지만, 가상 부동산은 해당 플랫폼 내에서만 거래가 가능하다.

가상 부동산은 아직 관련법이 없기 때문에 소유권과 재산권이 존재하지 않는다. 가상 부동산을 게임 아이템과 유사하게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게임 아이템도 재산권은 없으나 수십, 수백만원의 가격에 거래되는 것처럼 가상 부동산도 그러한 개념이라는 것이다. 즉, 법적 재산권은 없지만 재산 가치는 있다는 얘기다.

메타버스 부동산 플랫폼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지만, 투자자를 보호할 법적 근거는 없다. 국회에 제출된 법안들도 대부분 산업 진흥에 관한 것이고, 투자자 보호에 대한 내용은 빠져있다.

이처럼 가상 부동산 자체는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없는 데다가 사기를 당하거나 법적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투자자를 보호할 장치가 없어 투자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메타버스 부동산 시장이 가장 큰 미국과 호주 같은 경우도 가상 부동산에 대해 깊이 있게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를 가상 자산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가상 부동산을 투자 상품, 금융 상품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게임 아이템 정도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랜드마크가 있는 도시의 주요 지역들은 이미 거래가 완료된 상태다. 가상 세계와 친숙하면서도 현실에서 집을 마련하기 어려워진 청년들,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상 부동산이 말 그대로 기회의 땅이 되고 있지만, 가상 부동산은 플랫폼이 문을 닫으면 투자금을 다 잃게 되는 구조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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