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피같은 전세금 사기 당하지 않는 법

신혜영 칼럼니스트 승인 2022.08.05 13:02 의견 0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사기 사건은 34만여 건으로 전년 대비 14.2%나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범죄 중 무려 21.9%나 된다. ‘사기 공화국’이라는 오명이 씁쓸하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사기 사건 발생 건수를 보면 인정할 수밖에 없다.

돈이 오가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사기의 위험이 도사린다. 부동산 거래도 예외는 아니다. 부동산 시장은 사기가 숱하게 벌어지는 사기꾼들의 주요 무대기도 하다. 큰돈이 오가는 만큼 탐스러운 금액을 노리는 어둠의 손길도 많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전세 사기’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봤을 것이다. 전세 사기는 부동산 사기 유형 중에서도 꽤나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기다.

최근 내집마련으로 주위의 축하를 받은 영화배우 김광규씨가 과거 전세 사기를 당해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부동산 중개업자가 월셋집을 전세로 소개한 뒤 중간에서 전세금을 챙겨 도망간 것이다. 이로 인해 김광규씨는 10년간 모은 재산을 날렸다고 털어놨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전세반환보증) 사고는 2799건, 사고 총액은 5790억원에 이른다. 전년 대비 각각 391건, 1108억원 늘었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에 따르면 전세 사기에는 크게 네 가지 유형이 있다. 먼저 김광규씨의 사례처럼 대리인이 임차인과 전세, 월세 계약을 이중으로 맺고 보증금을 가로채는 수법이다.

임대인에게 월세 계약 체결을 위임받고 임차인과 전세 계약을 맺은 뒤 보증금을 가로채는 것이다. 2019년 경기도 안산의 한 중개보조원이 이 수법으로 120명으로부터 65억원을 가로챈 사건이 보도돼 이슈가 된 적이 있다.

두 번째는 집 한 채를 한 명의 임차인이 아닌 여러 임차인과 계약하는 수법이다. 전세 계약을 맺기 전에는 타인의 임대차 사실을 알 수 없다는 맹점을 노린 수법이다. 임대차 계약을 맺은 후에 임차인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어서 계약 전에는 서류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 중개인 없이 임대인과 임차인이 직거래하는 경우 이러한 수법에 당할 위험이 크다.

세 번째 수법은 깡통전세를 통한 사기다. 깡통전세는 전세 가격이 매매 가격과 맞먹는 매물을 뜻한다. 임대인이 매매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전세 계약을 맺은 뒤 명의를 제3자에게 넘기는 수법이다. 보증금을 돌려받을 길이 없어진 세입자는 경매에서 해당 주택을 낙찰받는 경우도 있다.

마지막으로는 신탁 사기다. 소유권이 신탁회사에 넘어간 집을 위탁자가 마음대로 전세 계약을 맺고 보증금을 챙기는 수법이다. 집의 신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신탁원부 발급과 권리 관계 파악이 번거롭고 복잡하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세입자가 불법점유자로 몰려 보증금을 모두 날리게 된다.

전세 사기는 무조건 예방이 최선이다. 피해자의 대부분은 피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어 보증금을 돌려받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임대인의 고의성 입증이 어려워 사기죄 처벌이 쉽지 않고, 전세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경매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며 비용도 만만찮다.

전세 사기의 표적은 주로 사회 초년생이다. 전세 수요가 많고 관련 경험이 적으며 고가 매물과 달리 중저가 매물은 세입자가 비교적 덜 꼼꼼하게 따지기 때문이다.

전세 사기 피해를 예방하는 첫걸음은 바로 HUG 전세반환보증 가입이다. 문제가 있는 집은 가입 자체가 어렵고 어떤 상황이든 보증금은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에 전세자금대출을 알아보는 것도 좋다. 은행은 담보 가치를 엄격히 평가하므로 대출이 잘 나오지 않거나 이율이 너무 높은 경우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등기상 소유주와 계약자의 신분이 일치하는지도 확인해야 하며 중개인 입회하에 임대인과 직접 계약하는 것이 좋다. 불가피하게 대리인과 계약해야 한다면 위임이 전세인지 월세인지, 위조된 위임장은 아닌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깡통전세 사기를 피하기 위해 집의 시세 및 주변 다른 집들의 시세를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아직 시세가 형성되지 않은 신축 빌라가 깡통전세 사기에 취약하다. 주변 매물보다 가격이 너무 저렴하다면 피해자를 유인하는 미끼 매물일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믿을 수 있는 중개인과 계약해야 한다. 중개인 자격이 없는 분양 대행사나 컨설팅 회사가 중개업자를 사칭하기도 하므로 ‘국가공간정보포털’에서 중개인 등록 여부를 확인하면 좋다.

오랫동안 국민들의 내집마련의 발판이 되어준 전세는 대한민국 서민들의 꿈과 희망 같은 존재였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갈수록 귀해지는 전세 매물을 찾기 위해 부동산을 전전하고 있다. 타인의 재산을 빼앗고 꿈과 희망마저 앗아가는 전세 사기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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