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일본 부동산 시장...황금기가 돌아왔다

신혜영 칼럼니스트 승인 2024.01.29 20:53 의견 0

글로벌 시대가 도래하면서 부동산 투자자들의 활동 범위도 글로벌해졌다. 이들은 국경을 넘어 세계 각국의 잠재력 있는 부동산을 눈여겨 보고 누구보다 빠르게 그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국내 부동산 매매보다 절차가 복잡하고 관련 정보를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파악할 수는 없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현지에서 얻는 정보 못지 않게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해외 부동산 투자도 얼마든지 가능해졌다.

최근 해외 부동산 중 일본 부동산이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다. 일본 부동산 시장이 다시금 황금기를 맞이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형 부동산 기업은 물론 외국 대부호, 개인 투자자까지 일본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2023년 9월 경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부동산 기업 CDL은 일본 도쿄의 주거용 건물 25동을 사들였다. 가구 수로 따지면 총 832가구다. 투자금은 약 350억엔이다. 최근 일본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데다가 임금 상승, 인구 유입 등으로 도쿄 주택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여 투자에 나선 것이다.

같은 해 8월에는 오사카의 256실 규모의 호텔을 85억엔에 인수한 바 있다. CDL은 엔화 약세로 외국인 관광객이 많아졌고, 2025년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개최로 관광 수요가 더 증가할 것으로 보고 투자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일본 버블경제 당시 도쿄 평균 주택 가격은 10여년 만에 2.5배, 상업지의 경우 3.4배 올랐다. ‘도쿄를 팔면 미국 전체를 살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다가 기준금리 인상, 부동산 총량 규제 도입 등으로 거품이 꺼지면서 10년 만에 부동산 가격이 원점으로 떨어졌다. 버블 붕괴가 낳은 후유증으로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을 보내야 했다.

암울한 시기를 겪었던 일본 부동산 시장이 2023년부터 다시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다. 대폭 상승한 금리 탓에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은 다른 선진국과 달리 초저금리가 이어지고 있고, 기록적인 엔화 약세로 자금 융통이 쉬워져 경기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부터 오피스, 쇼핑몰, 호텔, 물류센터 등 종류를 불문하고 대규모 거래가 잇따라 성사되고 있다.

한때 일본 부동산은 사는 순간부터 감가상각이 시작된다는 말이 있었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일본 부동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도쿄23구내 신축 아파트 평균 가격이 1년 사이 60% 상승했다. 197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일본 부동산 시장이 호황기를 맞이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일본 경제가 탄탄해지면서 일본 국민들의 소득이 늘어났고, 이에 따라 주택 매입·임차 수요가 증가했다. 게다가 외국인 부호들이 일본 부동산 시장에 몰려들면서 고급 아파트 판매가 부쩍 늘었다. 특히 홍콩, 대만, 싱가포르 부자들이 중국 주변의 지정학적 불안을 피하기 위해 일본을 택하고 있다.

미국의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가 7% 대로 고공행진 중인 것과 반대로 일본 주택담보대출 고정 금리는 연 1~2% 수준이다. 변동 금리의 경우 연 1% 미만도 있다. 외국인 부호들은 엔화 약세를 이용해 현금으로 부동산을 구매하거나 일본에 지점을 둔 외국 은행에서 저금리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매입하고 있다. 엔화가 저렴할 때 일본 부동산을 샀다가 엔화 강세에 팔면 환차익까지 노릴 수 있어 투자자들에게 더 매력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호황기가 지속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대규모 투자에 따라 도쿄 오피스 공급량이 확대된 데다 재택근무가 확산되는 현상까지 겹치면서 오피스 공실이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현재 일본의 가장 큰 사회적 문제로 꼽히는 인구 감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지역 양극화로 인해 부동산 활황이 도쿄·오사카 등 일부 대도시에만 국한돼 있어 지방 소도시는 투자가 부진하다.

그럼에도 일본의 경제적 안전성과 일본 부동산 시장의 유동성, 도시의 높은 인구 밀도, 고급 부동산의 꾸준한 수요, 외국인 투자자에게 친화적인 법률 시스템 등 외국인이 투자하기 좋은 시장임은 분명하다. 엔저와 초저금리 환경을 활용해 부동산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좋은 기회라고 판단되니 해외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가까운 일본부터 시작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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