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뜰마을2단지 더샵센트럴시티 전경.

세종시에 위치한 중개업소 대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세종은 지금까지 정치 테마주처럼 움직였어요. 정책 기대감만으로 가격이 오르던 시절은 끝났습니다. 이제는 다들 냉정하게 보는 분위기예요. ‘선거 끝나면 꺼질 거다’는 말, 현실이 됐죠.”

이재명 대통령의 ‘행정수도 완성’ 공약에도 불구하고 세종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식고 있다.

대선 국면에서 치솟았던 기대감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급격히 사그라졌고, 현장에선 “문의도 끊겼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거래는 사실상 ‘뚝’ 끊긴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이청와대 복귀 방침을 밝히면서, 세종의 집값 상승을 이끌던 ‘행정수도 프리미엄’ 기대는 한풀 꺾였다. 일부 단지에선 수억원 하락한 거래가 나오고, 시장은 다시 ‘정중동’ 분위기로 접어들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통계에 따르면 6월 2일 기준 세종시 아파트 매매가는 0.07% 상승하며 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상승 폭은 전주(0.10%) 대비 줄었고, 고점이던 4월 넷째 주(0.49%)와 비교하면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상승세 둔화는 벌써 5주째 이어지고 있다.

나성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선거 전엔 하루에도 몇 통씩 전화가 왔지만, 지금은 일주일 넘게 전화 한 통 없다”며 “매수자들이 완전히 발을 뺀 느낌”이라고 전했다. 이어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집주인들이 거래 직전 호가를 1억원씩 올렸는데, 지금은 가격을 깎아도 연락조차 없다”고 했다.

실제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부동산원과 아실 통계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 거래량은 4월 1408건에서 5월 478건으로 66% 급감했다. 5월 거래 신고기한이 6월말 까지인 점을 감안해도 이 같은 추세라면 1000건을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매물은 6237건에서 6732건으로 증가해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이 같은 급변은 대통령실 이전 계획의 불확실성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 기간엔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집무실의 임기 내 건립’을 약속했지만, 당선 직후에는 “청와대로 복귀하겠다”며 세종 이전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피했다. 청와대 보수를 우선시하겠다는 발표 이후 기대감은 급속히 꺼졌다.

사실 세종의 최근 집값 반등은 지난 4년간의 극심한 하락을 딛고 나온 기술적 반등에 가까웠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세종 아파트값은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점화됐던 2020년 한 해 동안 44% 급등했으나, 이후 4년간은 내리막이었다.

2021년에는 -0.78%, 2022년에는 -17.12%라는 기록적인 낙폭을 기록했고, 2023년에도 -4.15%, 2024년에는 -6.46% 떨어졌다.

4년 누적 하락률은 무려 -26.97%로 전국 1위다. 2위는 대구(-18.19%)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세종 집값의 반등은 어디까지나 천도론 등 정치적 기대감이 반영된 일시적 움직임”이라며 “실거주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국회나 대통령실 이전이 구체적인 계획 없이 정치적 메시지에 그친다면, 결국 시장은 냉정한 현실을 다시 반영하게 될 것”이라며 “실수요자들은 여전히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