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모습. [주택경제신문]
도시정비사업 수주 경쟁이 단순 실적 경쟁을 넘어 건설사 간 사업 전략과 리스크 대응 능력의 시험대로 변모하고 있다.
삼성물산, 포스코이앤씨, 현대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이 대형 재건축·재개발 사업지를 연이어 확보하며 누적 수주액 20조 원을 돌파한 가운데, 고공비용·고위험 구조 속에서 ‘수익을 남기는 수주’가 가능한 체력 있는 건설사 중심으로 시장 판도가 재편되는 양상이다.
◇ 상반기 수주액 20조 돌파…삼성물산 독주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올해 한남4구역, 신반포4차, 가락대림 등 굵직한 수주를 잇달아 따내며 5조213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포스코이앤씨는 3조4328억원, 현대건설은 2조942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DL이앤씨(2조6830억원), 롯데건설(2조5354억원), GS건설(2조1949억원), HDC현대산업개발(1조3018억원)까지 총 7개사가 상반기 1조원 이상 실적을 기록했다.
SK에코프랜트는 현대건설과 5958억원 규모의 면목 7구역 재개발 사업을 수주했다.
반면, 대우건설은 군포1구역 단일 수주(2981억원)에 그쳤고, 현대엔지니어링은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한 상태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공사비 상승과 분양 불확실성 속에서 사업성이 검증된 곳만 참여하는 '선별 수주' 기조가 확산되고 있다"며 "국내 정비시장에서도 수익성과 리스크를 모두 따지는 선진화가 이뤄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 하반기, 조 단위 격전지 줄줄이 대기
업계는 올해 정비사업 수주 총액이 30조원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상반기만 해도 전년 대비 70% 이상 실적을 기록한 데다, 압구정 2구역, 성수 1지구, 용산 등 하반기 대형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부산 우동3구역, 대전 장대B구역 등 지방 대형 사업지의 시공사 선정도 연내 추진될 전망이다.
하반기 정비사업 최대어로는 강남구 압구정 현대 2구역(공사비 약 2.4조원)이 꼽힌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양강 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조합과 강남구청의 사전홍보 규제 속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용산 정비창 전면1구역은 HDC현산과 포스코이앤씨가 맞붙는다. HDC현산은 파크하얏트 유치, 지하 연결통로 등 복합개발 플랜을 내세운 반면, 포스코이앤씨는 사업촉진비 1.5조 원과 전세대 한강조망 프리미엄으로 응수했다.
성수전략정비 1지구는 GS건설, 현대건설, HDC현산이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GS건설은 세계적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와 협업을 예고했고, 현대건설은 강남권 재건축 실적과 브랜드 파워를 강조하고 있다. 성수2지구도 연내 시공사 선정이 예정돼 있으며, 롯데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송파구 잠실우성(1·2·3차)은 GS건설이 단독 응찰하며 수의계약이 유력해졌고, 개포우성4차는 삼성물산, 롯데건설, DL이앤씨 등이 수주를 노리고 있다. HDC현산 역시 "강남권 입지 확보를 위해 전략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다만 분양시장 침체, 고금리, 자금 조달 여건 악화 등 변수는 여전히 건설사에 부담 요인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부동산 애널리스트는 "수주는 매출 파이프라인 확보 차원에서 중요하지만,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히려 건설사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며 "공사비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기조를 고려하면 무리한 조건 제시는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